이메일을 열고 희준학생이 보내온 원고를 열었습니다.
PDF 첫장 오른쪽 귀퉁이에 수줍은듯 정갈한 글씨체로 써있던
"The Hours"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불현듯 내 시간들이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PDF파일의 첫장을 좀 더 들여다 보았습니다.
영문으로 작게 써 있었지만
스물남짓한 그 학생의 화려한 인생과 그 것을 담은 시간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 청년보다 두배는 더 살았을 내 인생의 컬러는 무엇이었을까?
원고를 보면서 처음 고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추상적인 그 청년의 그림에 저는 매혹되어 버렸습니다.
결코 그 청년의 인생도 화려하지만은 않았을 것이 저랑 흡사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책을 만드는것에 좀 더 힘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이었습니다.
표지 원고를 다듬기 시작 했습니다.
원래 인쇄 사이즈와 맞지를 않아 제가 몇번이고 수정을 가하고 컨펌을 받고를 반복한 뒤에야
앞표지는 그림 뒷표지는 백색표지로 되어 있던것이 앞뒤 모드에 그림을 한장으로 덮고
처음 원고의 모습인 제목이 오른쪽 상단에 수줍게 자리한 것으로 인쇄를 시작 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큰 생각을 가져다 준 책이었습니다.
날것의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코팅을 안했던 관계로 재단 시에 책등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물론 고객에게 배달된 책은 아주 완전 합니다.
면지는 수묵화로 덧칠한듯한 그림에 작가의 생각을 올려놓은 제법 탁월한 표현법이었습니다.
제본은 무선제본이었지만 최대한 그림이 말하고 있는 메세지를 해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고객의 컬러작품의 경우 대비가 극명하게 표현되는 기법을 사용해서 잘못하면 입체감이 없는 인쇄가 될듯하여
도록 전용 인쇄기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컬러를 낼 수 있도록 무게감을 두고 세팅하였습니다.
우리 비웨이브의 엔지니어인 홍대리님께 진심 감사 드려요 ^^
이 포스트가 끝나고 이제 저는 그 동안 제가 살아왔던 삶을 컬러를 찾아보고
혹여 어두운 그림자가 있더라도 굳이 지우려 들지 않을것 입니다.
이 책처럼 어두운면과 밝은 면이 공존하는것도 또하나의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생각을
책을 만들면서 내내 하게 되었으니까요.
|